2화. 열다섯 살의 피부에 새겨진 것들
눈을 뜨는 일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천장이 희다. 황실 침궁 특유의 금박 문양이 반원형 아치를 따라 새겨져 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빛이 커튼의 얇은 비단 결을 투과해 방 안 전체를 묽은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렸다. 바깥 정원에서 울어대는 작고 리드미컬한 새소리. 살아 있는 것들이 내는 소리. 죽기 직전까지 귀에 박혀 있던 것은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의 함성과, 발밑 돌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였는데. 지금 이 아침은 너무 조용하고, 너무 부드러워서 도리어 낯설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몸이 가벼웠다. 열 해 가까운 시간 동안 전쟁과 독약과 감금이 쌓아올린 무게가 사라져 있었다. 뼈가 아프지 않았다. 손목에서 시작해 팔꿈치 아래까지 뻗어 있어야 할 화상 흉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잠에서 깬 지 정확히 다섯 번의 숨을 들이쉰 후였다.
나는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렸다. 빛 속에 드러난 피부는 매끄럽고 창백했다. 열두 살 생일 다음 날 오빠의 서재에서 불길이 번졌을 때,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었다. 문이 잠겨 있었고 창문도 열리지 않았으며, 화염이 커튼을 삼키는 동안 나는 제 손으로 불 속에서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 흔적은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여름에도 긴 장갑을 껴야 했고, 의녀들은 볼 때마다 혀를 찼다. 흉터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내가 마음을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기록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없었다.
나는 흉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쓸었다. 피부 결이 고르게 이어질 뿐, 어떤 울퉁불퉁함도, 당기는 느낌도 없었다. 몸은 정직하게 돌아와 있었다. 열다섯 살의 셀라피나 라이트홀더, 흉터가 생기기 전의 온전한 몸.
깊게 숨을 들이켰다.
감정은 잠시 후에 처리하기로 했다.
침대에서 내려서자 찬 대리석 바닥의 감촉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감각이 예민하다는 뜻이었다. 회귀 직후의 몸은 에테르 친화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마탑 금서에 단 한 문장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전생에서 그 책을 황태자의 서재에서 훔쳐 읽었다. 훔쳐 읽고도 결국 그 지식을 살아남는 데 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에테르를 아주 조심스럽게 풀었다. 물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 듯, 의식의 표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에테르가 천천히 깨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4단계. 황실 직계답게 에테르 친화도는 온전했고, 오히려 어린 몸이라 그런지 반응 속도가 전생의 절정기보다 미세하게 빨랐다. 다만 통제력은 아직 어린 시절 수준이었다. 섣불리 쓰다가 감정이 공명되면 방 안이 폭발할 수 있었다.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 낯선 얼굴이 있었다. 낯설다기보다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얼굴이었다. 은발이 흐트러진 채 어깨에 걸려 있고, 자수정 빛 눈동자가 피로도 없이 선명했다. 살이 조금 더 붙어 있었다. 뺨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었다.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거울을 봤을 때 얼굴은 광대뼈가 날카롭게 솟아 있었고 눈 밑이 검었으며, 감금 기간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턱선이 유리처럼 얇았다. 그 얼굴로는 어디에 가도 위협이 보였고, 무엇을 해도 의심을 샀다.
지금의 얼굴은 아직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였다.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전생의 기억을 순서대로 펼쳤다. 감정 없이, 마치 서류를 검토하듯.
라이오넬 오빠가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 나는 열일곱이었다. 피해자는 황후 직속 의녀였고, 공식 발표는 심장 발작이었다. 나는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열여덟에는 비밀 결사 가담 정황을 눈치챘고, 열아홉에는 마탑의 흑마법사들이 황궁 안으로 드나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스물에, 어머니가 죽었다.
어머니.
나는 거울 속 내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봤다. 멈추지 않았다. 흔들리는 것을 허용하되, 그것이 다음 행동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전생에서 너무 늦게 배운 가장 중요한 기술이었다.
어머니는 이번 생에도 죽는다. 그것은 바꿀 수 없다. 마탑 금서에는 회귀자가 운명의 마디를 바꿀 수 없는 사건들이 존재한다고 적혀 있었다. 황후의 죽음은 그 마디 중 하나였다. 나는 전생에서 어머니를 살리려고 수년을 허비했고, 결국 어머니도 잃고 내 생존 기반도 무너뜨렸다. 그 실패가 내 처형의 씨앗이 됐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 슬프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슬픔은 있을 것이었다. 이미 있었다. 어머니의 복도 뒤편에서 라일락 향수 냄새가 날 때마다 속이 조여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했다. 하지만 슬픔을 무기로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슬픔이 내 방패를 무너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지금 내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것이었다.
거울 속 열다섯 살의 눈이 서서히 다시 고요해졌다.
다미안 폰 카르닐.
그의 이름을 속으로 발음했다. 전생에서 그 이름은 두려움과 증오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처형대까지 나를 호송한 사람. 마지막 칼을 내린 사람. 그는 라이오넬의 명령을 따른 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안다. 하지만 감정이 그 사실을 순순히 수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 칼날이 내리꽂히던 순간의 감각이, 차갑고 단호한 금속의 무게가, 아직 이 몸의 어딘가에 새겨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미안은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반드시 써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검성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카르닐 공작가의 후계자였고, 전생에서 내가 무너지는 동안 그는 라이오넬의 검이 됐다. 그 검을 내 쪽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라이오넬이 아직 그를 완전히 장악하기 전인 지금, 이 열다섯 살의 시간 안에 접촉할 수 있다면.
문제는 방법이었다.
다미안 폰 카르닐은 충성을 가치 있는 자에게만 바치는 사람이었다. 황실의 권위도, 황녀의 지위도, 그를 움직이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았다. 전생에서 그것을 나는 너무 늦게 이해했다. 그는 황태자에게 충성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황태자를 가치 있는 자라고 판단했기에 따른 것이었고, 그 판단이 내려지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이번에는 알아야 했다.
나는 거울에서 눈을 뗐다.
침궁 문 쪽에서 가볍고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황녀님, 깨어 계십니까. 아침 세수를 준비하겠습니다."
릴라였다. 시녀 릴라의 목소리는 언제나 이렇게 작고 조심스러웠다. 전생에서 릴라는 나보다 두 해 일찍 죽었다. 황태자의 명령으로 황궁 지하 감옥에 투옥된 채로. 그 애는 내가 처형장으로 끌려나갈 때까지 나를 보러 오려 했다고, 나중에 간수에게 들었다.
나는 목소리를 고르게 가다듬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아직 미숙하고 젊은 얼굴의 릴라가 고개를 조아리며 들어섰다. 열네 살쯤 됐을 것이었다. 두 손에는 세면 대야와 수건을 들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빛이 그 아이의 갈색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완전히는 되지 않았다. 속이 약간 조였다. 뜨거운 것이 가슴 어딘가에 한 점 맺혔다가 흩어졌다.
이번에는 이 애를 죽게 두지 않을 것이었다.
"릴라." 내가 먼저 이름을 불렀다. 전생에서 나는 시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오만 때문이었고, 나중에는 정을 주면 잃을 것이 늘어난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릴라가 놀란 듯 눈을 깜짝였다. "예, 황녀님."
"어제 저녁에 내가 잠들기 전, 바깥 복도에 누가 있었느냐."
"예?" 릴라가 잠시 당황하더니 기억을 더듬는 표정을 지었다. "황녀 침궁 전담 호위 기사 두 분 외에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다만……." 잠깐 말을 멈췄다. "황태자 전하의 시종 한 분이 지나치셨는데, 복도 끝에 잠시 서 계셨습니다. 기이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냥 지나치셨기에 저는 별말씀 드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라이오넬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빨랐다. 혹은 이미 전생에서도 이 시점부터 그랬던 것을, 내가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앞으로 복도를 지나치는 모든 인물의 얼굴을 기억해라."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시종, 하인, 궁녀, 가리지 말고. 낯선 얼굴이 있으면 그날 안에 내게 보고하고."
릴라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 아이는 황녀의 명령을 묻지 않고 따르는 성격이었다. 그것이 때로 위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황녀님."
대야 안의 물에서 연기처럼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따뜻한 물이었다. 나는 걷어 올린 소매 안쪽, 흉터가 없어진 그 자리를 물 속에 담갔다. 물의 온기가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천천히 번졌다.
매끄러운 피부.
아직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다시 받은 시간.
나는 눈을 감았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순서대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오빠의 측근 재구성, 마탑과의 접촉 경로 파악, 그리고 카르닐 공작가가 황도 아스탈론에 머무는 시기 확인. 다미안 폰 카르닐이 언제 황도에 있는지, 처음 접촉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 언제인지. 전생의 기억을 뒤지면 답이 나올 것이었다.
단, 서두르면 안 됐다. 이 열다섯 살의 황녀가 갑자기 달라진 것을 누군가 눈치채면 의심을 산다. 특히 라이오넬은 예민했다.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고, 내 변화의 냄새를 맡으면 분명히 움직일 것이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황녀여야 했다.
속으로는, 모든 것을 준비하면서.
나는 눈을 뜨고 릴라를 봤다.
"머리를 올려줘."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오전에 어머니 황후 전하께 문안을 드릴 것이다."
어머니를 보러 갈 것이었다. 마지막이 몇 번 남지 않은, 그 얼굴을 보러.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충분히 보아두도록.
그것만큼은, 계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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