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열다섯 살의 피부에 새겨진 것들
RF 편집부 회귀한 악역 황녀가 자신을 처형한 검사의 약혼녀가 되어 황실을 손에 넣는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 · June 02, 2026 눈을 뜨는 일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천장이 희다. 황실 침궁 특유의 금박 문양이 반원형 아치를 따라 새겨져 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빛이 커튼의 얇은 비단 결을 투과해 방 안 전체를 묽은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렸다. 바깥 정원에서 울어대는 작고 리드미컬한 새소리. 살아 있는 것들이 내는 소리. 죽기 직전까지 귀에 박혀 있던 것은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의 함성과, 발밑 돌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였는데. 지금 이 아침은 너무 조용하고, 너무 부드러워서 도리어 낯설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몸이 가벼웠다. 열 해 가까운 시간 동안 전쟁과 독약과 감금이 쌓아올린 무게가 사라져 있었다. 뼈가 아프지 않았다. 손목에서 시작해 팔꿈치 아래까지 뻗어 있어야 할 화상 흉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잠에서 깬 지 정확히 다섯 번의 숨을 들이쉰 후였다. 나는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렸다. 빛 속에 드러난 피부는 매끄럽고 창백했다. 열두 살 생일 다음 날 오빠의 서재에서 불길이 번졌을 때,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었다. 문이 잠겨 있었고 창문도 열리지 않았으며, 화염이 커튼을 삼키는 동안 나는 제 손으로 불 속에서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 흔적은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여름에도 긴 장갑을 껴야 했고, 의녀들은 볼 때마다 혀를 찼다. 흉터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내가 마음을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기록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없었다. 나는 흉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쓸었다. 피부 결이 고르게 이어질 뿐, 어떤 울퉁불퉁함도, 당기는 느낌도 없었다. 몸은 정직하게 돌아와 있었다. 열다섯 살의 셀라피나 라이트홀더, 흉터가 생기기 전의 온전한 몸. 깊게 숨을 들이켰다. 감정은 잠시 후에 처리하기로 했다....